✦일몰 ∞ 일출
2025, 장지에 먹과 스프레이, 300×300cm.
일몰 무한대 일출 일출과 일몰은 정반대의 시간대에 일어나지만, 이미지로 포착된 순간만 본다면 그것이 떠오르는 빛인지 저무는 빛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붉게 물든 하늘과 수평선 위의 태양은 보는 이의 인지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가지며, 이렇게 단어로는= 명확히 정의된 것처럼 보이는 경계는 쉽게 흐려지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객관적인 사실’보다 상황적 인식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또한 일출과 일몰은 무한으로 반복된다. 인간이 사라지더라도 지구에서 계속 반복될 이 자연 현상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예정이다. <일몰 무한대 일출>은 이러한 소재의 인지적 모호성과 무한한 반복성을 ‘사랑’이라는 주제와 연결한다. 사랑은 때로는 빛나며 시작되는 듯 보이고, 때로는 저물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되풀이되는 흐름이라 생각했다. 연결되는 이전 작업 『반짝이는 사랑은 멈추지 않아.』에서 제시한 이 명제는, 이제 일출과 일몰의 무한한 반복 속에서 다시 드러난다. 태양이 지는 순간은 동시에 떠오르는 순간을 예고하고, 그 경계는 하나의 연속적인 리듬으로 이어진다. 단편 소설 속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순간이 아닌,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재인식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것은 일출처럼 시작의 희망으로, 혹은 일몰처럼 끝맺음의 아쉬움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국면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일출과 일몰이 구분 불가능한 장면으로 다가오듯, 사랑 역시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우리 삶 속에 머물며,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화면은 영상 작업에서 사용하는 3채널의 형식을 차용한다. 우선 처음 작품이 3개로 나누어지게 된 이유는 종이의 사이즈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는 하나의 작품이 삼등분으로 끊어져 완성되게 하였고, 이는 시각적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다 이러한 현실적인 아쉬움은 영상 작업에서 사용하는 3채널의 형식을 차용하며 의미를 보다 확장한다. 다채널 영상작업 속 각개의 영상물들이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기도, 다시 하나로 합쳐지면서 작품의 내용을 더 견고하게 하는 것처럼 이 세 개의 패널 회화도 각 작업물이 작품을 형성하는 내용이나 형식 등 의미하는 바를 각자 드러내고 보여주지만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 2026 Hansol No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