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Teddy》
2023.5.10.-2023.6.4. 공간형, 서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언어와 가치관에 따라 세계를 구성하고, 그 세계 안에서 세상을 평가한다. 노한솔은 그러한 세상을 보이는 대로 믿고, 믿는 것 안에서 보는, 즉 익숙한 앎과 삶에 대항하는 예술적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정의나 정의의과정에서 삭제된, 정의에 포함되지 못한 정보들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대상에 대한 전형성, 고착된 이미지의 틈(crack)을 이야기한다. <Mr. Teddy>에서 노한솔은 'Teddy 라는 가상의 곰을 중심으로 곰 이미지에 주목하여 실제 경험으로 얻어진 곰에 관한 정보가 아닌 주어진 정보로 곰의 특성을 정의 내리는 태도적 측면을 작업의 근본적 요소로 삼는다. 그리고 우리의 편의를 위한 태도'에서 발생하는 '인간 친화적'이미지로 공유되는 곰의 모습과 실제 곰의 불일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조각, 드로잉 연작을 선보인다. <초롱ㅇㅇ-> <굳- 보이>, <곰니찌와> 는 장지에 옮겨진 곰의 이미지들로 제목에서 느껴지듯 우리는 친근한 테디의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다. 병풍 형식의 <제기시리즈>는 8가지 곰의 먹이를 소재로 하고 있다. <햅삐벌스데이>와 <타고 있는 중입니다_2>는 생일 케익 위 곰돌이 초가 타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는 삶에서 맞이하는 필연적 순간인 생과 죽음에 대한 관습적 의례(儀禮)와 행위, 즉 '의식되지 않고 행해지는 우리들의 의식(작가노트1) 시리즈를 통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인간의 행위를 질문한다. 퍼스(Charles S. Peirce)에 의하면 기호(텍스트)는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stand for) 것으로, 제한적이며 한정적이다. 노한솔의 작품에서는 언어로 표현되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읽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치 문인화의 서(書)+화(畵)의 구성에서 서(書)가 포착된 화(畵)를 동하게 유도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시상(image)을 확장시키는 것처럼 노한술은 이러한 한정적 의미를 지닌 텍스트를 장지에 입히는 텍스트 꼴라주를 활용하여 테디의 관습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끌어낸다. 동시에 흉폭한 눈빛이나 먹이를 사냥하는 곰, 발톱을 드러낸 맹수의 모습은 '초롱', '굳- 보이', '곰니찌와' 같은 귀여운 어구(텍스트)와 대치되어 테디에 대한 기존의 감상을 흔들어 놓는다. 현대미술에서 이질성과 모호성이라는 특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에 따르면 '예술의 이미지는 어떤 간극을 산출하는 조작이다.' 우리는 상반되고 조응하는 삶의 간극들, 친숙함과 친숙하지 않음의 미묘한 간극의 교차지점을 마주한다. 세상은 해석의 참도 오류도 없는,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기존의 앎을 배반하는 대상이나 경험에 직면하거든 나의 앎에서 벗어나 타자의 시선을 배우고 타자의 앎을 받아들이기를 욕망해야겠다. 그렇게 삶도 예술도 가능해진다. 글: 김은희(공간형 디렉터)

© 2026 Hansol Noh. All rights reserved.